진짜 현실적인, 충격적인 영국 브라이튼 홈스테이 현실
1. 출발 전 임시숙소 구하기
영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몇 가지 일은 꼭 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임시숙소 구하기'이다.
1) 에어비앤비
2) 홈스테이 닷컴
3) 부킹닷컴
이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 나는 어학원 주소를 중심으로 도보 이동이 가능한 근처에 있는 숙소를 찾았다.
검색 결과 일주일 숙박에 가장 저렴한 선택지는 다음과 같았다.
에어비앤비 457,170원
홈스테이 닷컴 364,810원
부킹닷컴은... 브라이튼에는 적당한 선택지가 없더라. 아마 브라이튼은 호스텔이 많은 도시는 아닌 듯?
그래서 당연히 제일 싼 홈스테이 닷컴에서 결제했다.
사실 나한테는 일주일에 36만원도 너무 비싸다ㅠㅠ 1박에 5만원이 넘는 건데, 그 동안 어느 도시에서든 가장 저렴한 숙박 시설만 이용했던 나에게 1박 5만원은 너무 사치니까. 남미에서는 1박에 3만원이 넘는 경우가 별로 없었을 텐데? 1만원 대의 숙소들도 있었지. 그리고 유럽 여행할 때도 북유럽이나 스위스 아니면 그 정도였는데? 아, 그건 벌써 12년 전이구나. 정신 좀 차려야겠네.
어쨌든, 영국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홈스테이 닷컴으로 예약한 집으로 갔다.
2. 첫인상: 너무 추워
영국에 간다는 신나는 마음만큼 가볍고 상쾌하게 봄 옷을 입고 출국했다가, 영국의 매서운 추위에 호되게 혼난 나는 숙소에 도착했을 때쯤 녹초가 된 상태였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지연된 버스를 무한정 기다렸으니까. 그렇게 어찌어찌 도착한 나의 방...
사진으로 느껴질지 모르겠는데 층고가 상당히 높다. 창문도 엄청 크고. 게다가 저 창문이 이중창이 아니라(영국에서 엄청 중요! 아니면 정말 추움) 웃풍이 엄청 심하다. 게다가 왜 커튼도 없고 블라인드도 없죠??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방에서 옷은 어떻게 갈아입어요??
지금 영국이 온 지 22일 차인데, 영국은 항상 춥다. 아직 여름은 겪어 보지 않았지만 여름도 여름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해가 쨍쨍하고 기온이 올라가면 잠깐 덥기는 한데 그늘에 들어가면 금세 한기가 느껴져서 늘 두툼한 외투를 챙겨다녀야 한다. 근데 내가 예약한 집은 현대식 건물도 아니고, 이중창도 아니고, 낡은 나무 창틀이라 제대로 닫히지도 않고, 층고도 높고, 웃풍을 막을 커튼도 없어서 집에 있어도 휑하고 서늘하다. 문지방도 없어서 문을 닫고 있어도 바람이 휑하고 불어온다. 나는 이렇게 추운데 주인 아저씨는 아주 핫하신 분이라 자꾸 온갖 방의 창문을 열고 다니시고ㅠ 그나마 있는 '유일한' 난방 기구인, 방 한쪽 벽면에 작가 붙어있는 라디에이터도 안 틀어주시고ㅠㅠ (첫날은 내가 너무 추워하니 틀어주셨는다. 둘째 날은 내가 부탁했고. 근데 다음부터는 날이 조금 풀려서, 나는 계속 너무 춥지만 틀어달라고 하기가 민망해서 부탁도 못 함ㅠ)
그래서 숙소에 묵는 일주일 내내 모든 옷을 껴입고 서늘한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에 푹 뒤집어 쓴 뒤 덜덜 떨면서 잤다.
3. 방의 상태
웃풍 말고는, 방 자체는 나름 괜찮았다. 아저씨가 침대 시트가 새거라고 어필도 하셨고. 나 혼자 쓰기에는 아주 충분한 공간이었다. 여기저기에 짐을 둘 수 있는 것도 좋았고.
근데 걸을 때마다 바닥이 삐걱거린다. 진짜 나무 바닥인데(콘크리트가 아니라 나무) 오래된 집이라 걸을 때마다 삐걱거려. 내 방에 있을 때 자꾸 삐걱이는 소리가 나서 아저씨가 계속 복도를 돌아다니시는 줄 알았더니 위층에서 사람이 지나다닐 때마다 나는 소리였다. 게다가 중간중간 나무가 삭아서 구멍이 뚫린 곳도 있다!!
4. 욕실의 상태
욕실도 휑하기는 마찬가지. 이놈의 집은 왜 이렇게 층고가 높은 거야. 창문은 또 왜 이렇게 크고. 샤워기가 부서졌는지 테이프로 고정된 상태라 자유롭게 뽑아서 쓸 수가 없어서 불편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고 온수도 나오니 잘 씻고 했는데... 샤워를 마친 뒤에는 물기 때문에 금세 몸에 한기가 돌아서 또 덜덜 떨면서 물기 닦고 주섬주섬 옷 입고...
심지어 한 번은 씻는 중에 갑자기 물이 끊겼다. 아직 내 몸에 거품이 있는데! 갑자기 전기에 문제가 생긴 거다. 언제 고쳐지는 건지 알 수가 없지, 물기가 마르며 체온은 급격히 내려가지, 결국 수건으로 거품 닦고 나왔다. 덜덜 떨며 기다리다가는 감기 걸릴 게 뻔해서.
5. 주방의 상태
6. 그래도 장점
그래도 여기는 유럽, 영국. 그냥 그 자체로 나는 너무 행복했다. 집 자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유럽의 주택가를 맘껏 즐겼으니까. 노을과 맑은 날의 햇살. 그냥 길거리 풍경.
내가 숙소에서 가장 즐긴 건 침대 옆 작은 협탁에서 창밖을 보며, 한국 노래를 들으며 즐긴 아침 식사. 창가 주변이라 웃풍 때문에 서늘했지만 따뜻한 밀크티로 몸에 온기를 더하며 창밖을 넋 놓고 봤다. 아무것도 없다. 그냥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를 봤다. 근데 그게 또 너무 좋은 거지.
7. 결론
주인 아저씨는 하루 종일 거실에서 티비만 보셨다. 정말로 하루 종일(이른 아침에는 늦은 새벽에도 티비 소리가 났다) 거실 소파에 담요를 쓰고 누워서 티비만 보셨어. 그것도 집 전체에 소리가 울릴 정도로 큰 볼륨으로. 내가 주인한테 소리 좀 줄여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있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창문 열고 담배를 피우셨다. 집 안에서...
내 방에는 따로 잠금 장치가 없었다.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나도 그냥 편하게 다녔다. 아저씨는 그냥 털털하고 쿨하신 분이셨다. 다만 세심하진 못하시지.
다른 투숙객이 들어와서 화장실을 같이 쓰는 건 좀 짜증 나기도 했다.
어쨌든, 일주일만 싼 값에 묵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다른 선택지도 없었고. 이거 저거 꼼꼼히 비교하며 숙소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뭐랄까... 영국의 평범한 집들이 이런 상태 아닐까? 딱히 엄청 정돈된 삶을 살지는 않는 집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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